
(왼쪽부터) 왕 김낙원, 왕 김준우, 두미나대표 정두나, 오현경어머니 정정희, 두미나 회장 박건율, 김예진명장, 왕비 오현경, 왕비 김다현
한국의 중소 골프용품 업체가 만든 샤프트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골프시장에서 주목받으며 ‘K-샤프트’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바로 ‘오토플렉스(AutoFlex)’와 ‘오토파워(AutoPower)’로 알려진 골프 샤프트 전문기업 ㈜두미나다.
두미나는 현재 세계 33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약 8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세계 골프용품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이라는 사실 자체가 설명을 필요로 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해외 총판과 선수, 골퍼들이 먼저 제품을 찾는 단계로 성장했다.
두미나가 특별한 것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한국 민화의 전통문양이 새겨진 샤프트를 쓰게 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려 노력한 기업은 드물다. 해외 선수들은 이같은 두미나의 샤프트를 일컬어 '샤프트계의 에르메스'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박건율 회장과 정두나 대표
두미나가 걸어온 길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단순한 수출 실적만이 아니다. 골프 샤프트를 통해 한국의 기술력을 알리는 동시에 제품 디자인에는 한국적 정체성을 담고, 민화와 한복을 비롯한 한국 전통문화에도 각별한 애정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 대표가 추구하는 방향 역시 분명하다. 세계 시장에서 제품과 기술로 평가받는 ‘K-샤프트’를 만들고, 나아가 한국의 문화와 아름다움까지 세계에 알리겠다는 것이다.
두미나는 2013년 샤프트 전문회사로 출발했다. 당시 골프채 시장은 헤드와 그립은 물론 샤프트 분야에서도 일본과 미국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후발주자인 두미나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경쟁력으로 만들기 위해 30년 경력의 숙련공들을 영입하고 새로운 소재와 제작방식을 시험했다. 박 회장은 당시 수천 종류의 샤프트를 만들어보며 제품별 특성을 연구했고, 수백개의 패턴을 축적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두미나의 정두나(왼쪽) 대표와 박건율 회장. 사진 제공=두미나
#. 상식을 뒤집은 ‘오토플렉스’
두미나를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린 제품은 오토플렉스였다.
오토플렉스는 ‘스윙 스피드가 빠른 골퍼는 무겁고 단단한 샤프트를 사용해야 한다’는 골프업계의 오랜 통념과 다른 방향에서 출발했다.
가볍고 유연한 샤프트를 통해 골퍼의 다양한 스윙과 컨디션에 대응한다는 발상이었다. 기존 제품보다 10~20g가량 가볍게 만들어진 오토플렉스는 처음 접하는 골퍼들이 지나치게 부드러운 느낌 때문에 의문을 갖기도 했지만 실제 사용 경험이 알려지면서 국내외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해외 골프장비 전문매체와 커뮤니티의 관심도 이어졌다.
캐나다 골프장비 테스트 채널 TXG(Tour Experience Golf)가 실시한 테스트에서는 오토플렉스 사용 때 평균 볼 스피드가 시속 178.1마일, 캐리 거리가 334야드로 측정됐다. 기존 샤프트에서는 각각 173.8마일과 315야드였다. 다만 연속 스윙에서는 타이밍과 정확성에 대한 문제도 함께 제기되는 등 독특한 샤프트의 특성을 둘러싼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도 2020년 12월 오토플렉스를 소개했다. 이후 세계적인 골프장비 커뮤니티 GolfWRX와 장비 테스트 매체 MyGolfSpy 등에서도 오토플렉스의 독특한 유연성과 성능이 화제가 됐다.

야나 윌슨과 지나 김
#.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사용한 한국 샤프트 - 야나 윌슨의 우승
세계적인 선수들의 사용 사례도 두미나가 해외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마스터스 챔피언 출신 아담 스캇은 2021년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오토플렉스 SF505XX를 장착해 관심을 모았다. 두미나 관련 자료에는 루이 우스트히즌, 브랜든 그레이스, 어니 엘스, 프레드 커플스, 미셸 위 웨스트, 제니 신 등 PGA·LPGA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의 사용 사례도 소개돼 있다.
일부 유명 선수들이 별도의 협찬 없이 제품을 직접 구입해 사용하기도 해 화제가 되었으며 최근에는 미국 여자골프의 차세대 선수들에게도 두미나 샤프트가 확산되고 있다.
2008년생 미국 여자골프 유망주 미아 해먼드는 두미나의 오토파워 스나이프를 드라이버와 페어웨이 우드, 하이브리드에 장착했다. 듀크대 진학 후 처음 출전한 ‘폴즈 오브 아너 컬리지잇’에서는 개인전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해먼드는 앞서 LPGA 2부 엡손투어에서도 17세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 LPGA 무대에서 활동하는 야나 윌슨도 두미나 샤프트와 인연을 맺고 있다. 윌슨은 지난 6월 14일 LPGA 투어 다우 챔피언십에서 지나 김(미국)과 함께 데뷔 첫 우승을 합작, 우승 상금 40만 2691 달러(약 6억 750만 원)를 받아 화제가 되었다.
윌슨은 올 1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드라이버·페어웨이 우드·유틸리티 클럽 사용 계약을 하고 ‘K샤프트’로 투어를 누비고 있다. 윌슨은 작년 2부 엡손 투어에서 오토파워의 스나이프 모델로 바꾼 뒤 2승을 올리고 LPGA 투어 진출의 꿈을 이뤘다.
그리고 2026 PGA 머천다이즈 쇼에서 드라이버와 페어웨이우드, 유틸리티 클럽에 오토파워 스나이프 샤프트를 쓰기로 두미나와 공식 후원 계약을 맺었다. 물론 오토파워와 오토플렉스 이름이 새겨진 골프백을 들고 다닌다.
이와 함께 미국 내에서는 샤프트를 테스트한 대학 골프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제품을 권하면서 젊은 선수층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두미나 측 설명이다.
#. “K-샤프트의 다음 기준 만들겠다”
두미나는 이제 ‘한국에서 만든 샤프트도 세계에서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계를 넘어 ‘K-샤프트’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 가치로 만드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 상징적인 제품이 KHT다.
KHT는 ‘Korea Hidden Technology’의 약자로, 정두나 대표는 올해 초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K-샤프트의 위상을 고민하며 만든 샤프트가 KHT”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기술을 지나치게 공개하기보다는 실제 제품과 결과를 통해 경쟁력을 인정받겠다는 입장이다. “KHT는 K-샤프트라는 이름이 하나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기술을 설명하기보다 결과로 위상을 쌓아가겠다는 의지에 가깝다.”
KHT는 오토플렉스와도 성격이 다르다. 오토플렉스가 가볍고 독특한 유연성을 통해 새로운 스윙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KHT는 투어 프로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저스핀 영역과 방향 안정성을 보다 정교하게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제품 디자인 ‘한국적 미’ 강조
정 대표는 KHT에 한국적인 디자인과 젊은 감각을 접목해 단순한 장식이 아닌 K-샤프트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해외시장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PGA 머천다이즈 쇼에서도 한국 본사가 모든 것을 주도하기보다 미국 총판이 데모데이와 부스 운영을 맡고 영국과 일본 총판 등이 각 시장을 대표해 참여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확대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를 해외 총판들이 본사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각 시장에서 스스로 브랜드를 키워가는 단계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그는 두미나가 궁극적으로 “K-샤프트의 위상을 고민하며 샤프트를 만든 회사, K-샤프트라는 이름을 현실로 만든 브랜드”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샤프트에서 민화까지…뿌리는 ‘한국’
그러나 정두나 대표의 ‘한국 사랑’은 골프 샤프트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 대표는 한국을 사랑하고, 한복을 사랑하며, 우리 전통문화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인물이다. 한국 고유의 색채와 정서를 담은 민화 역시 그가 관심을 갖고 이어가고 있는 한국문화의 한 축이다.
정 대표에게 K-샤프트와 민화는 외형적으로는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그 뿌리는 같다.
하나는 첨단 소재와 제조기술을 통해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보여주고, 다른 하나는 한국 고유의 색과 선, 상징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 같은 행보는 정 대표의 이력을 살펴보면 더욱 자연스럽다.
정 대표는 도자기공예를 전공했으며 1990년께 직접 도자기 공방을 운영했다. 이후 골프클럽 사업에 참여하면서 흙으로 헤드 몰드를 만들어주는 것을 계기로 골프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예술과 공예에서 시작된 감각이 골프용품 제조로 이어졌고,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은 뒤에도 민화와 한복 등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 대표에게 민화는 단순히 새로운 사업 분야라는 의미보다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알리는 또 하나의 통로라는 의미가 크다.

#. 조카 오현경도 한복으로 ‘한국의 미’ 알려
정 대표의 전통문화 사랑은 가족과의 특별한 인연에서도 눈길을 끈다. 정 대표는 2024 미시즈 코리아 클래식 퀸 오현경의 이모다.
오현경 역시 한복을 비롯한 한국 전통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무대에 참여하며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오현경은 최근 ‘김예진 한복’의 김예진 명장을 통해 한국 여성과 전통복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 대표와 모델 오현경 그리고 김예진 명장은 세 사람 다 민화와 한복 등 한국문화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이모는 세계 골프시장에서 K-샤프트로 한국의 기술력을 알리고 민화를 통해 한국의 전통미를 전하고, 조카는 한복을 입고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제품과 전통문화와 k뷰티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두미나의 신제품 '플렉스 원'. 샤프트가 골퍼에 맞춰 쓰여지는 게 특징이다.
#. 결국은 '한국'
두미나의 지난 10여 년 역시 결국 ‘한국’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된다고 하겠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장악한 골프 샤프트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내걸고 출발해 오토플렉스를 세계에 알렸고, 이제는 KHT라는 이름에 아예 ‘Korea’를 새겨 넣었다.
세계 33개국으로 향하는 샤프트와 한국의 색과 이야기를 품은 민화.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하나다. 한국에서 만든 기술과 한국이 가진 문화도 세계무대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K-샤프트’로 세계 골프시장의 문을 두드린 두미나와 정두나 대표가 한국의 기술과 전통문화를 함께 알리며 만들어갈 또 다른 ‘K-스토리’가 주목되고 있다.
► 오현경 인스타그램 : @HYUNKYUNG_OH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