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에서 시민권 취득을 앞두고 있던 영주권자 수십 명이 최근 미 이민국으로부터 시민권 인터뷰가 일방적으로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으면서 지역 이민사회에 큰 혼란이 일고 있다.
시애틀 지역 이민 변호사들과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미 이민국(USCIS)는 최근 수주 사이 워싱턴주 전역에서 예정돼 있던 시민권 인터뷰와 선서식을 별다른 사유 설명 없이 대거 취소했다. 확인된 취소 사례만 80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 기조가 다시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이뤄졌으며, 입국 제한 대상국 출신이 아닌 영주권자들까지 포함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시애틀시 이민·난민국(OIRA)의 지원을 받는 10개 커뮤니티 단체 모두 유사한 사례를 보고한 가운데, 당초 1월 중순까지 예정돼 있던 시민권 인터뷰가 국적과 무관하게 한꺼번에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애틀 아시안상담소(ACRS)에 따르면 최근 취소된 시민권 인터뷰는 55건에 달하며, 이 가운데 49명은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멕시코, 사모아 등 입국 제한과 무관한 국가 출신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취소 사유로 ‘예기치 못한 사정(unforeseen circumstances)’이라는 짧은 문구만 통보받았을 뿐, 재일정에 대한 안내는 받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를 “전례 없는 일괄 취소”라고 지적한다. 시민권 인터뷰는 이미 지문 채취와 FBI 신원 조회 등 까다로운 절차를 모두 통과한 뒤 진행되는 마지막 단계로, 인터뷰를 마치면 선서식을 거쳐 공식적으로 미국 시민이 된다. 이 과정이 갑작스럽게 중단되자 수년간 시민권 시험을 준비해 온 신청자들은 극심한 불안과 좌절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 이민국은 “사무소 간 업무량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라며 “엄격한 심사 원칙을 유지하기 위한 상식적인 접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애틀시는 이러한 조치가 행정 효율성이나 공공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행정 적체와 비용 증가, 이민자들의 경제·시민 참여 지연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망명 심사 전면 중단, 아프간 특별이민비자(SIV) 중단, 19개국 출신 이민 신청 일시 정지 등 강도 높은 이민 규제 조치를 잇달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시민권 박탈(탈귀화) 사건을 대폭 확대하라는 지침까지 더해지면서 합법 체류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시애틀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이민 공동체를 위축시키는 또 하나의 압박”이라고 규정했다. 프라밀라 자야팔 연방 하원의원실은 국토안보부(DHS)에 공식 질의서를 보내 시민권 절차 중단의 경위와 향후 계획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상태다.
연방 통계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 기준 워싱턴주에서 시민권을 취득한 인원은 약 2만3,500명이며, 아직 시민권 신청 자격을 갖춘 영주권자는 약 19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시민권 절차의 불확실성은 개인의 삶은 물론 지역사회 전체에 장기적인 불안을 남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