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음성 명령을 내리지 않고도, 생각만으로 인공지능(AI)과 소통하는 기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챗GPT로 전 세계 AI 열풍을 이끈 오픈AI가 이번에는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오픈AI는 15일(현지시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설립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스타트업 ‘머지 랩스(Merge Labs)’에 약 37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BCI는 인간의 뇌 신호를 읽어 컴퓨터나 기기에 전달하는 기술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뉴럴링크와 같은 분야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인류의 삶의 방식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을 수 있다는 평가다. 신체 활동이 제한된 장애인이 생각만으로 의사 표현이나 기기 조작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AI와의 상호작용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된다. 키보드나 음성 입력 없이 “내일 날씨는 어떨까”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AI의 답변이 뇌에 직접 전달되는 방식이다.
특히 오픈AI가 별도로 개발 중인 ‘화면 없는 AI 기기’와 BCI 기술이 결합될 경우,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지 않는 이른바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I 비서가 일상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작동하는 환경이 구현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투자 결정을 둘러싸고 논란도 적지 않다. 오픈AI의 CEO인 올트먼이 자신이 설립한 개인 스타트업에 오픈AI 자금을 투자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공적 성격의 AI 연구 자금이 개인 사업에 투입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올트먼은 과거에도 자신이 투자한 기업과 오픈AI 간의 협력 관계를 주도하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한편 오픈AI는 기술 개발과 동시에 정치·산업적 행보도 확대하고 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핵심 부품 등을 미국 내에서 생산할 파트너사를 모집하겠다고 밝히며, 제조업 부활을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발을 맞추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픈AI의 이번 행보를 두고 “인간의 인지 영역까지 확장하려는 기술적 야망과, 정부 및 시장의 지지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이 결합된 사례”라고 평가한다. 뇌와 AI의 직접 연결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돼야 할지, 기술 발전과 윤리 논쟁이 동시에 본격화될 전망이다.
‘생각만으로 AI와 대화하는 시대’가 과연 언제 현실이 될지, 그리고 그 대가가 무엇일지를 두고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