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이른바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했다. 재판관 9명 중 6대3 의견으로, 관세 부과 권한은 의회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20일 판결에서 “IEEPA는 대통령에게 경제 거래를 규제할 권한을 부여하지만,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명시적으로 위임하지는 않았다”며 “관세는 헌법상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적용해온 10% 기본관세와 국가별 차등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가 무너졌다.
IEEPA는 1977년 제정된 법으로, 외국의 상황이 미국 안보·외교·경제에 특별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해 경제 거래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수입 규제’ 권한에 관세가 포함된다는 행정부의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그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에 10%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새 관세는 사흘 내 발효될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법 122조는 국제수지 문제 대응을 위해 대통령에게 최장 150일간 최대 1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 조사 착수도 발표했다. 232조(무역확장법) 등 다른 관세 수단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판결로 그간 징수된 관세의 환급 문제를 둘러싼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법원이 환급 여부를 명확히 언급하지 않으면서 기업들의 반환 소송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상호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대미 투자 확대 등 새로운 무역 합의를 체결했던 한국 등 일부 국가들도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상호관세는 무효가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10% 새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졌다는 분석이다.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대법원의 6대3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IEEPA보다 강력한 수단이 있다”며 관세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