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생성형 인공지능(AI) ‘클로드(Claude)’ 개발사 앤트로픽(Anthropic)에 대해 연방정부 전 기관의 기술 사용 중단을 지시하며 백악관과 실리콘밸리 간 갈등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국방부의 AI 군사 활용 범위를 둘러싼 이견이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은 급진적 ‘워크(woke)’ 기업이 우리 군이 전쟁에서 어떻게 싸우고 승리할지를 좌지우지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연방기관에 앤트로픽 기술 사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국방부 등 일부 기관이 이미 해당 기술을 운용 중인 점을 고려해 6개월의 단계적 유예 기간을 두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원하지도 않는다”며 “협조하지 않을 경우 중대한 민·형사상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 AI 군사 활용 범위 놓고 정면 충돌
앤트로픽은 자사 AI 모델이 대규모 감시 체계나 완전 자율무기 시스템에 활용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미 국방부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합법적인 모든 목적”에 대해 AI를 제한 없이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X(옛 트위터)에 “앤트로픽은 오만과 배신의 전형을 보여줬다”며 “실리콘밸리의 이데올로기를 미국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쟁부는 국가 방위를 위한 모든 합법적 목적에 대해 완전하고 제한 없는 접근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클로드는 일부 미군 기밀 시스템에서 활용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향후 AI 기반 분석·의사결정 지원 체계를 확대하려는 구상인 반면, 앤트로픽은 윤리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군사적 활용 범위를 제한해 왔다.
▲ ‘국가안보 공급망 위험’ 기업 지정
국방부는 후속 조치로 앤트로픽을 ‘국가안보에 대한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군과 계약 관계에 있는 업체와 협력사는 앤트로픽과 신규 상업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6개월 전환 기간 동안은 기존 서비스가 제한적으로 유지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계약 갈등을 넘어 AI 산업 전반에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부가 특정 AI 기업을 국가안보 위험 요소로 공식 지정한 것은 이례적 조치로 평가된다.
▲ AI 패권 경쟁의 분수령
워싱턴 정가와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AI 윤리와 국가안보, 정부 통제권을 둘러싼 구조적 충돌로 보고 있다. AI가 군사·정보·국가 전략 자산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 기업 간 역할과 책임의 경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AI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번 조치는 정부와 빅테크 간 권한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향후 다른 AI 기업과의 계약 구조 및 규제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