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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범람 속 ‘휴먼 메이드’ 인증 확산
  • 편집국
  • 등록 2026-03-25 03: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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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썼다” … 출판계부터 상징적 표기
  • 인증은 늘었지만 … 표준 부재에 혼란도


AI가  콘텐츠 제작 전반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오히려 “사람이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휴먼 메이드(Human-made)’ 인증이 새로운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인증 기준과 정의가 제각각이어서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16일 보도를 통해 패션, 광고, 출판, 음악, 고객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 활용이 급증하면서 ‘AI 미사용’을 강조하는 인증 표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콘텐츠와 제품에는 ‘Proudly Human(자랑스러운 인간)’, ‘Human-made(인간 제작)’, ‘AI-free(AI 미사용)’ 등의 문구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대표 출판사 페이버 앤 페이버(Faber and Faber)는 일부 도서에 ‘Human Written(인간이 씀)’ 표식을 도입하며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2024년 개봉한 영화 헤레틱(Heretic )은 엔딩 크레딧에 “제작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문구를 명시하며 관객에게 ‘인간 제작’ 가치를 강조했다.


현재 ‘AI 미사용’ 인증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no-ai-icon.com, ai-free.io, notbyai.fyi 등과 같이 별도의 검증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표식이 있는 반면, ‘AIFreeCert’처럼 비용을 받고 전문가 분석과 AI 탐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실제 AI 사용 여부를 검증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후자의 경우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인증 기준이 통일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AI를 어디까지 사용해야 ‘미사용’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장 교정, 이미지 보정, 코드 자동완성 등 부분적 AI 활용까지 포함할지 여부도 산업마다 기준이 다르다.


암나 칸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 박사는 “AI는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만 ‘인간 제작’의 정의가 제각각이라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다”며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보편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사샤 루치오니 AI 연구원은 “AI는 단일 개념이 아니라 스펙트럼에 가까운 만큼 단순히 사용 여부로 나누기보다 보다 정교한 인증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생성형 AI 사용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텍스트, 이미지, 음악, 영상 등을 직접 생성하는 AI 기술을 기준선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휴먼 메이드’ 인증 확산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새로운 시장 경쟁 요소로도 해석된다. 과거 공정무역(Fair Trade)이나 유기농(Organic) 인증이 소비자 선택 기준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앞으로는 ‘AI 사용 여부’가 제품과 콘텐츠의 신뢰도를 가르는 핵심 지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업계에서는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AI 미사용’ 인증이 남발되며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종의 ‘그린워싱(Greenwashing)’처럼 형식만 갖춘 인증이 범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워싱이란 주로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 쓰이는 말로 환경보호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포장하는 ‘위장환경주의’, ‘친환경 위장술’을 가리킨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은 ‘사용 여부’ 자체보다 ‘어디까지,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휴먼 메이드’ 인증은 그 출발점이지만,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은 새로운 산업 질서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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