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음성 비서 ‘시리(Siri)’를 외부 인공지능(AI) 모델과 전면 연동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전환하며, AI 경쟁 전략에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2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차세대 운영체제 iOS 27에서 시리를 전면 개편하고, 다양한 외부 AI 서비스와의 연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오픈AI의 챗GPT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구글의 제미나이, 앤스로픽의 클로드 등 복수의 AI 모델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시리는 특정 요청에 한해 챗GPT를 호출하는 방식이지만, 향후에는 사용자가 질문 유형에 따라 원하는 AI를 직접 선택하는 구조로 바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시리가 단일 서비스가 아닌 ‘AI 허브’로 진화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변화의 중심에는 ‘확장(Extensions)’ 시스템이 있다. 사용자는 설정 메뉴나 앱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AI 에이전트를 설치하고 시리와 연동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상황에 따라 최적의 AI를 선택하는 ‘멀티 AI 환경’이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코딩 질문은 클로드, 검색은 제미나이, 일반 대화는 챗GPT처럼 용도에 맞는 AI를 시리 내에서 자유롭게 호출하는 방식이다. 애플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자용 SDK도 제공할 계획으로, 다양한 AI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 구조 역시 변화가 예상된다. 외부 AI 서비스의 구독이 앱스토어를 통해 이뤄질 경우, 애플은 일정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어 새로운 플랫폼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존 앱스토어 생태계를 AI 영역으로 확장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애플의 전략 수정으로도 해석된다. 약 15년 전 등장한 시리는 최근 생성형 AI 시대에서 혁신이 정체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애플은 자체 기술 중심에서 벗어나 외부 AI를 적극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든 AI 모델이 시리에 탑재될지는 미지수다. xAI의 ‘그록(Grok)’이나 메타의 ‘메타 AI’ 등 일부 모델은 별도의 계약이나 심사를 거쳐 선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애플은 오는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관련 기능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개발 단계인 만큼 일부 기능은 변경되거나 출시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략을 두고 “AI 시대 플랫폼 경쟁의 핵심이 ‘단일 모델’에서 ‘생태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이제 스마트폰의 미래는 하나의 AI가 아닌, 여러 AI를 연결하고 조율하는 플랫폼 능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