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역에서 비접촉식 결제 기능을 악용한 ‘디지털 소매치기’ 범죄가 급증하면서 당국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은 최근 소형 스캐너를 이용해 지갑이나 가방 속 신용·데빗카드 정보를 무선으로 탈취하는 ‘RFID 스키밍’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며 경고를 발령했다.
이 범죄는 무선식별(RFID) 또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악용하는 방식으로, 카드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일정 거리 내에서 정보를 읽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범행은 수 초 내 이뤄지며 피해자는 카드 분실이나 접촉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에 따르면 범죄자들은 쇼핑몰, 마켓, 공항, 식당, 대중교통 등 사람이 밀집한 장소에서 피해자 가까이에 접근해 휴대용 스캐너로 카드 신호를 읽어 금융 정보를 빼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미국 내 하루 1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고 있으며, 연간 피해 규모는 약 8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평균 피해액은 약 4,200달러 수준이지만 일부 사례에서는 수만 달러까지 피해가 확대되기도 한다.
실제 피해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애리조나주의 한 70대 여성은 마켓에서 잠시 대기하던 중 카드 정보가 탈취돼 귀가 후 수십 건의 해외 결제가 발생했고, 약 5만 달러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기존 보안 수단의 한계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RFID 차단 지갑이나 카드 보호 슬리브가 최신 스캐닝 기술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과 보안 전문가들은 예방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지갑을 몸 가까이에 보관하고, 카드 사용 알림 서비스를 활성화해 이상 거래를 즉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불필요한 카드 휴대를 줄이고 비접촉 결제 기능을 제한하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방법으로 제시된다.
LAPD 관계자는 “디지털 소매치기는 매우 빠르게 이뤄지고 추적이 어려운 범죄”라며 “소비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