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수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유럽 시장 장악력을 대폭 강화했다. 이로써 삼성SDI는 한국 배터리 업체 중 유일하게 독일의 ‘프리미엄 3사’로 불리는 벤츠, BMW, 아우디 모두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20일 삼성SDI에 따르면, 양사는 오는 2028년부터 생산되는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MMA) 적용 모델에 하이니켈 기반의 니켈·코발트·망간(NCM)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삼성SDI의 배터리는 주로 소형 SUV인 GLA와 GLB, 쿠페 모델인 CLA 등 벤츠의 주력 고효율 라인업에 탑재될 전망이다.
이번 계약은 그동안 중국 CATL에 편중되었던 각형 배터리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벤츠의 전략과, 유럽 내 생산 기지를 갖춘 삼성SDI의 기술력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각형 배터리는 공간 효율이 높고 원가 절감에 유리해 벤츠의 차세대 플랫폼 전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적극적인 ‘배터리 세일즈’가 이번 수주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승지원에서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을 접견한 데 이어, 지난달 유럽 출장에서도 벤츠 경영진을 직접 만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논의한 바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의 ‘산업가속화법(IAA)’ 등 현지 생산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헝가리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확보한 삼성SDI가 관세 및 물류 리스크 면에서 중국 업체보다 우위를 점한 점도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이번 계약에 대해 “고성능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게 됐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삼성SDI는 이번 벤츠와의 협력을 발판 삼아 차세대 배터리 선행 개발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전략적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