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펀드(PE) 산업이AI(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구조적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기업 운영 방식과 가치 창출 모델을 재설계하는 흐름이 확산되면서, 향후 10년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AI가 부상하고 있다.
IBM 컨설팅 아메리카스 수석 부사장인 닐 다르(Neil Dhar·사진)는 최근 기고에서 “앞서가는 기업들은 특정 AI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비즈니스 운영 전반을 재설계하며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구축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누적되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기업들은 AI를 파일럿 프로젝트나 개념 검증(PoC)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활용해 왔으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투자자와 이사회가 실질적인 성과를 요구하면서 AI는 실험 단계를 넘어 핵심 경영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매출 증가, 비용 절감, 수익성 개선 등 구체적인 지표로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모펀드들은 AI 전략을 빠르게 제도화하고 있다. 일부는 대형언어모델(LLM) 기업과 협력하거나 직접 투자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닐 다르 부사장은 AI 경쟁에서의 핵심 전략으로 ‘하이브리드 AI’를 제시했다. 이는 맞춤형 모델과 파운데이션 모델, 업무 특화 소형 모델을 결합해 하나의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단일 모델 중심 접근으로는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사모펀드 산업의 포트폴리오 구조는 AI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한 번 구축된 AI 시스템과 운영 모델을 여러 기업에 반복 적용할 수 있어, 투자 효과가 단순 개선을 넘어 ‘복리적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AI 도입 과정은 복잡한 과제를 수반한다. 데이터 관리, 조직 구조, 운영 프로세스를 동시에 변화시켜야 하며,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선택할 경우 리스크가 전체 포트폴리오로 확산될 수 있다. 반대로 의사결정이 지연될 경우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도 있다.
IBM은 이러한 전략을 내부에 적용해 약 400개의 운영 워크플로우를 분석한 뒤 100여 개에 AI를 도입했으며, 이를 통해 약 45억 달러 규모의 생산성 향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IBM 엔터프라이즈 어드밴티지’ 서비스를 출시해 기업들의 AI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디지털 워커와 사전 구축된 도구, 거버넌스 체계를 기반으로 빠른 구축과 확장을 가능하게 하며, 멀티모델 구조를 통해 특정 기술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도 변화는 가시화되고 있다. 통신 기업들은 AI 기반 자동화를 통해 대규모 시스템 이전 비용을 절감하고 있으며, 보험업계에서는 AI를 활용해 복잡한 청구 처리 과정을 자동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는 사모펀드의 AI 도입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엔터프라이즈 AI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생산 현장에서 검증된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기업 간 경쟁 구도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닐 다르 부사장은 “지나치게 신중하면 기회를 놓칠 수 있고, 검증 없이 빠르게 움직이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AI 도입 속도와 실행 완성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모펀드 산업은 지금, 단순 투자 전략을 넘어 AI 기반 운영 혁신이라는 새로운 경쟁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