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의회가 매년 반복되는 ‘서머타임(Daylight Saving Time)’ 시계 변경을 폐지하고 연중 동일한 시간을 유지하는 법안 추진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연방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는 22일 ‘선샤인 보호법(Sunshine Protection Act)’을 찬성 48표, 반대 1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키며 본회의로 넘겼다.
해당 법안은 현재 봄과 가을 두 차례 실시되는 시계 변경 제도를 폐지하고, 서머타임을 연중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미국은 매년 3월 둘째 주 일요일에는 시계를 한 시간 앞으로 조정하고, 11월 첫째 주 일요일에는 다시 한 시간 뒤로 돌리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미국 전역에서는 ▲매년 두 차례 반복되는 시계 변경 폐지 ▲겨울철에도 현재 서머타임 유지 ▲해가 늦게 지는 생활 패턴 고정 등의 변화가 생기게 된다.
법안을 주도한 플로리다 출신 공화당 소속 번 부캐넌(Vern Buchanan) 하원의원은 “미국인들은 이제 시계를 바꾸는 생활에 지쳐 있다”며 “영구 서머타임은 국민 건강과 경제 활동, 교통 안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관광·레저 산업 비중이 높은 플로리다를 비롯한 남부 지역에서는 저녁 시간이 길어질 경우 ▲쇼핑 소비 증가 ▲야외 스포츠 활성화 ▲관광산업 확대 등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대통령 역시 이번 법안 추진에 공개 지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1년에 두 번 시계를 바꾸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낭비”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반대파인 탐 코튼(Tom Cotton) 상원의원은 “겨울철 해가 너무 늦게 뜨게 되면 학생들이 어두운 상태에서 등교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영구 서머타임이 시행될 경우 일부 북부 지역에서는 겨울철 일출 시간이 오전 8~9시 가까이로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수면의학계 역시 표준시간(Standard Time)이 인간의 생체 리듬에 더 자연스럽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은 “아침 햇빛은 인간의 수면과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이 과거에도 영구 서머타임을 시행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1974년 오일쇼크 당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연중 서머타임을 도입했지만, 겨울철 어두운 아침에 대한 국민 불만이 커지면서 결국 제도를 철회한 바 있다. 그럼에도 최근 다시 법안 논의가 활발해지는 배경에는 미국인들의 피로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현재처럼 해마다 두 차례 시계를 조정하는 방식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낮아졌으며, 상당수 국민들이 “차라리 하나의 시간제로 통일하자”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번 표결은 아직 최종 단계는 아니다. 법안이 실제 시행되기 위해서는 ▲연방 하원 전체 표결 ▲연방 상원 통과 ▲대통령 서명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한다.
특히 상원 내에서는 여전히 반대 의견이 존재하고 있어 최종 통과 여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국 사회는 지금 “저녁 햇빛이 긴 나라”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겨울 아침 햇빛”을 유지할 것인지를 놓고 다시 한번 전국적 논쟁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