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AI가 가져올 미래 기술 혁신과 삶의 편리함을 기대하는 낙관론과, 인간의 일자리와 통제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AI 분야 세계적 석학으로 알려진 토비 월시(Toby Walsh)는 신간 ‘AI의 역사(세종연구원)’를 통해 이러한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현대인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차분하게 풀어낸다.
‘AI의 역사’는 1837년부터 2062년까지 인공지능 발전 흐름을 한 권에 담아낸 책으로, AI가 단순히 최근 갑자기 등장한 기술이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와 과학적 진보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체스와 엑스레이 판독, 터빈 고장 예측 등 특정 분야에서는 이미 AI가 인간 능력을 뛰어넘었다”면서도 “인간의 풍부한 지능 전체를 완전히 대체하는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책은 AI가 하루아침에 세상을 바꾼 기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랜 연구와 알고리즘 발전, 컴퓨팅 기술 혁신이 축적된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또 오늘날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챗GPT(ChatGPT) 같은 생성형 AI 역시 갑작스러운 혁신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AI 연구의 연장선 위에 있다는 점도 짚는다.
저자는 AI가 가져올 위험성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다룬다. 대규모 실업 문제와 자동화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 군사용 AI와 자율무기 등장 가능성 등은 인류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과제로 제시된다. 특히 AI 기반 전투 시스템과 살상 무기 기술이 전쟁 양상을 급격히 바꿀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경고한다.
반면 AI가 이미 인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인공지능이 발견한 신형 항생제 ‘할리신(Halicin)’을 소개한다. 이는 인간 연구자가 아닌 AI 분석 시스템을 통해 발견된 항생제로 알려져 있으며, 향후 의료·신약개발 분야에서 AI 역할 확대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책은 단순한 기술 설명을 넘어 “AI를 이해하는 일은 곧 인간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인공지능 논의가 단순히 생활 편의를 높이는 기술 차원을 넘어 인간의 존재와 윤리, 사회 구조, 노동, 미래 문명 자체를 고민하는 철학적 주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AI의 역사’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기술에 대한 막연한 공포나 과도한 기대 대신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는 입문서이자 교양서로 평가받고 있다.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