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오 14세 교황(사진)이 전쟁과 평화, AI(인공지능), 사회 양극화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한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 세계 추기경들과 특별 추기경회의를 열고 교회의 평화 사명을 거듭 강조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바티칸에서 특별 추기경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월에 이어 교황 즉위 후 두 번째로 열린 특별 추기경회의다.
회의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무력 충돌과 첨단기술 발전에 따른 윤리 문제, 교회의 공동체적 사명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교황은 개막 미사 강론에서 “전쟁은 결코 인간에게 합당한 일이 아니며 하느님께 축복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간은 첨단 무기를 사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성과 자유의지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도록 부름받은 존재”라며 “평화는 선택이 아니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의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가톨릭교회의 오랜 윤리 개념인 ‘정당한 전쟁론(Just War Theory)’을 현대 사회에 맞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참석한 추기경들은 첨단 무기와 인공지능, 선제공격, 민간인 대량 희생 등 현대전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과거의 전쟁 기준만으로는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정당한 전쟁’이라는 표현보다 ‘비례적 자기방어권(Proportional Self-Defense)’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교황청 신앙교리부 장관인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정당방위 개념이 지나치게 확대 해석될 경우 부당한 전쟁까지 정당화하는 논리로 악용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사회적 양극화와 허위정보 확산, 종교적 폭력, 청년들의 고립과 정신건강 문제도 주요 현안으로 논의됐다.
추기경들은 세계 곳곳에서 심화되는 빈부격차와 사회 분열이 특히 청년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청년층의 우울증과 자살, 약물 중독 문제를 언급하며 교회가 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역시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회의 참석자들은 AI가 인간을 단순한 데이터나 통계로 환원해서는 안 되며, 기술 발전이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교회가 윤리적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황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다움은 더욱 중요해진다”며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 존엄을 지키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또한 교회의 운영 방식인 ‘시노달리타스(Synodality)’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시노달리타스는 단순한 회의 방식이 아니라 함께 경청하고 식별하며 공동체 안에서 성령의 뜻을 찾는 영적인 여정”이라며 “교회는 세상을 비판하는 데 머무르지 말고 복음에 기초한 치유와 희망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원탁 토론과 자유 발언, 전체회의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세계 각국 추기경들은 지역 교회가 직면한 현실과 과제를 공유했다.
교황은 폐막 연설에서 “중요한 것은 회의를 많이 여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추기경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회 안팎에서는 이번 특별 추기경회의가 전쟁과 기술, 사회 분열 등 복합적인 시대적 과제 속에서 가톨릭교회의 역할과 방향을 재확인한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