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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달러로 지키는 해외 한국 문화유산의 뿌리와 역사”
  • 편집국
  • 등록 2026-07-28 04:03:43
  • 수정 2026-08-05 02: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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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론토 로열 온타리오 뮤지엄(ROM) 한국 전담 학예사 영구 상설직화 위한 ‘31달러 챌린지’ 주도
  • “3.1운동의 독립 정신 계승 … 전 세계 박물관에 한국인 학예사 세워 우리 유물에 제 이름 되찾아 줄 것”
  • 故 이원형 조각가의 예술적 유산 이어받아 문화유산 회복과 K-컬처 깊이 더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 톡톡



전 세계 주요 박물관의 어두운 수장고나 전시실 한구석에는 아직 제 이름을 찾지 못하고 ‘중국 유물’ 혹은 ‘일본 유물’이라는 잘못된 표찰을 단 채 방치된 한국 문화유산들이 수없이 많다. 심지어 전 세계 박물관 미술관들을 방문했을 때 ‘중국관’, ‘일본관’에도 버젓이 한국 문화유산들이 있다. 이러한 유물들이 제 가치를 인정받고 진정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문화재 그 자체뿐만 아니라, 이를 정밀하게 연구하고 가치를 증명해 낼 ‘한국인 전담 학예사(큐레이터)’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북미 최대 규모의 한국 문화유산을 소장하고 있는 캐나다 토론토의 로열 온타리오 뮤지엄(ROM: Royal Ontario Museum) 역시 예외는 아니다. 1999년 동포 사회의 성원으로 신설된 ROM 한국관은 오랜 기간 전담 학예사가 없어 중국·일본 담당 학예사들이 관리해 오다, 지난 2022년에야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계약직 한국 전담 학예사가 채용되었다. 그러나 2027년 10월 지원 계약이 종료되면 전담 학예사가 사라지고 다시 한국 유물이 방치되던 과거로 회귀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3.1운동의 자주독립 정신을 이어받아 “31달러의 정성으로 우리 문화유산의 뿌리를 지키자”며 앞장선 이가 있다. 바로 문화유산회복재단 이현주 캐나다 지부장이다. 토론토 현지에서 코리아 루츠 이니셔티브(KRI: Korea Roots Initiative)를 이끌며 ROM 한국 전담 학예사직의 영구 상설 기금 조성을 위한 ‘31달러 챌린지’를 전개하고 있는 이현주 지부장을 만나 챌린지의 취지와 문화유산 회복의 비전을 들어보았다.

 

#. “3.1운동의 정신으로 31달러 모아 … 유물 지키는 한국인 학예사 영구 상설화”

 

Q. ‘31달러 챌린지’라는 이름이 매우 독특하고 직관적입니다. 캠페인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와 숫자 '31'에 담긴 의미는 무엇입니까?

“1919년 3.1운동이 우리 민족의 자주독립과 자존을 만천하에 선포한 역사적 사건이었듯, '31달러 챌린지'는 오늘날 전 세계에 흩어진 우리 문화유산의 주권을 되찾고 뿌리를 단단히 내리겠다는 마음을 담은 범시민 운동입니다. ROM의 한국 전담 학예사직을 영구적인 상설 직위(Endowed Position)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총 200만 달러 규모의 기금 조성이 필요합니다. 큰 액수로 보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3.1운동의 마음으로 부담 없이 동참할 수 있는 31달러를 보태어 모인다면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워싱턴 D.C. 국립아시아미술관 역시 현지 커뮤니티의 펀드레이징과 한국 국제교류재단(KF)의 매칭 펀드를 통해 한국 미술 전담 학예사 기금직을 만들어냈습니다. 캐나다에서도 우리 아이들과 미래 세대에게 찬란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르게 전달하기 위해 31달러 챌린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ROM 한국관의 전담 학예사가 지니는 상징성과 중요성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ROM은 북미에서 유일하게 한인 동포 사회의 힘으로 독립된 한국관을 설치한 박물관이자, 북미 최대 규모의 한국 유물을 소장한 곳입니다. 하지만 전담 학예사가 없던 시절에는 우리 유물이 중국이나 일본 유물의 일부로 오인되거나 수장고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갇혀 있었습니다. 2022년 권성연 박사가 전담 학예사로 부임한 이후 비로소 가야 토기, 고려 청자, 조선 백자 등 우리 유물들이 제 학술적 맥락을 얻고 다양한 전시를 통해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2027년에 이 직책이 사라진다면 한류로 높아진 한국 문화의 위상에 큰 오점이 될 것입니다. 영구 상설 학예사 기금직은 단순히 한 명의 직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우리 문화의 뿌리를 지켜낼 '파수꾼'을 영구히 배치하는 일입니다.”

 

#. 故 이원형 조각가의 예술적 유산, 문화유산 회복의 큰 버팀목이 되다

 

Q. 지부장님께서는 세계적인 세계 예술가이자 캐나다 미술계의 거장이셨던 故 이원형 조각가의 내조자이자 예술적 동반자로도 잘 알려져 계십니다. 선생의 유지가 이번 활동에도 많은 영감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남편인 고(故) 이원형 작가는 평생에 걸쳐 인간의 존재와 생명력, 그리고 예술적 뿌리를 조각으로 표현해 온 분이셨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면서도 늘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우리 문화예술의 독창성에 대한 깊은 자부심을 가슴에 품고 사셨죠. 남편이 남긴 예술적 유산과 숭고한 가치는 제가 문화유산회복재단 캐나다 지부장으로서 이 일을 이어가는 가장 큰 정신적 버팀목이자 사명감의 원천입니다. 예술이 국경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잇듯, 우리가 국외에 있는 유물을 지키고 전담 학예사를 세우는 일 역시 고인의 예술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고 믿습니다.”

 

Q. 현지 한인 동포 사회와 글로벌 커뮤니티의 반응은 어떠합니까?

“처음에는 ‘박물관 기금 조성을 왜 우리가 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있었지만, 31달러 챌린지의 취지를 설명 들으신 후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차세대 한인 청소년들부터 은퇴한 동포 어르신들까지 ‘우리 문화의 뿌리를 지키는 일’에 뜻을 모아주고 계십니다. GoFundMe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후원과 계좌 이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어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 “뿌리를 단단히, 미래를 선명히… 전 세계 박물관으로 확산되길”

 

Q. 앞으로의 계획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코리아 루츠 이니셔티브(KRI)의 슬로건은 ‘뿌리를 단단히, 미래를 선명히’입니다. 토론토 ROM에서의 학예사 영구 상설직 신설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캐나다를 시작으로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박물관에 한국관이 올바르게 서고, 한국인 전문 학예사들이 영구히 재직하며 우리 문화재를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혀갈 것입니다.

문화유산 회복은 과거의 유물을 되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정체성과 자부심을 물려주는 일입니다. 31달러라는 작은 정성이 모여 전 세계에 한국 문화의 찬란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미주 동포 여러분과 고국의 독자분들께서도 따뜻한 관심과 성원을 보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에필로그

이현주 지부장과의 인터뷰 내내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타국에서 우리 문화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눈빛에서는 3.1운동 당시 민족의 자존을 외쳤던 선열들의 뜨거운 기상이 읽혔다. 31달러로 시작되는 이 작지만 위대한 챌린지가 전 세계로 확산되어, 국외에 방치된 우리 유물들이 제 이름을 찾고 환하게 빛날 그날을 기대해 본다.


(후원 및 문의: KRI 이메일 korearootinitiative@gmail.com / GoFundMe 검색: Korea Roots Initiative)

 

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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