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면 교수(작곡 DMA)
Faculty of California Arts University
Research Paper & Criticism: https://independent.academia.edu/jimyunkim
월간 예배음악 칼럼: http://www.worshipmusic.co.kr/18894
“가내수공업 기획사가 다섯 명의 소녀들을 뽑아서 ‘RESCENE’라는 아이돌 그룹을 만들었다.”
이게 THE MUZE ENTERTAINMENT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였습니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이 발표한 2020년 7월 31일 자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업체 현황’문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등록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체(연예기획사 및 엔터테인먼트사)는 당시 기준으로 3,754업체 입니다. 지금은 추가로 기획사들이 생겼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아이돌 그룹이 데뷔해서 성공할 확률을 보통 1%라고 보는데, 국내 회사 현황을 보면 0.1%라고 보는 것이 더 냉정한 비율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THE MUZE ENTERTAINMENT는 이 도박판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섯 명의 어린 소녀들(일본 국적자 포함)을 모아서 데뷔시킵니다. 문제는 이들을 데뷔시키기까지, 또한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서 계속해서 수십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수효 없는 음원 제작과 활동을 추진했다는 점입니다.
결국 지금 다행스럽게도 화제가 되고 음악적으로 인정을 받아 1위도 하면서 또 광고도 들어오는 등 사업적으로도 성공적인 실적을 올리고는 있지만, 결코 권장할 만한 도전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THE MUZE ENTERTAINMENT를 바라보는 솔직한 심정입니다.
‘RESCENE’ 멤버들의 서사를 보면 볼수록 …
전혀 실현될 수 없는 ‘동화’ 이야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대중들이 멤버 각자의 매력과 진정성,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 평가하며 지지해 주었다는 점에서 이건 기적을 넘어선 ‘동화’가 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
뜬금없이 HYBE가 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또 만들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시스템대로 신인을 발굴해도 될 것을 왜 굳이 도서 지방을 돌며 제2의 원이를 찾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할까요? 물론 BTS의 초기 행보를 보면 지금의 ‘RESCENE’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애초에 중소돌의 기적을 만든 선배 기획사이기도 한 것은 인정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Big Hit Music(BTS, TXT), Pledis Entertainment(SEVENTEEN, 백호, 황민현, 범주, TWS), Source Music(LE SSERAFIM), BELIFT LAB(ENHYPEN, LLIT), KOZ Entertainment( ZICO, BOYNEXTDOOR), HYBE LABELS JAPAN 등의 많은 계열 기획사를 거느리는 그룹형 종합 기획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HYBE에서 굳이 지방 곳곳을 찾아다니며 인재를 찾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완성된 연습생'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공되지 않은 원석'을 찾는다는 명분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HYBE의 방식으로도 인재는 충분히 발굴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설마 ‘RESCENE’ 같은 ‘동화’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로지 지방의 원석 같은 인재들을 발굴한다는 명분을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미 대형 재벌급 기획사가 된 HYBE가 지방의 인재들 중에서 새로운 아이돌 팀을 만들면 … 그 동안 들어간 투자금을 뽑기 위해서 다시 본연의 대형 기획사 모드로 들어갈 것이 뻔히 보입니다. 아니, 이런 행보는 사업으로서 당연한 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가공된 서사를 만들려고 시도한다면 이는 식상함을 넘어서는 참사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즉, ‘RESCENE’ 멤버들처럼 사투리를 쓰게 한다거나, 사서 고생하는 콘텐츠를 찍는 다거나 하는 시도를 한다면 그것은 이미 식상한 아이템이 될 것이라는 것은 다들 기획 전문가들이니까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자본금이 충분한 재벌 기획사이기에 설령 이번 기획이 실패한다고 해서 회사 입장에서는 크게 흔들릴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HYBE의 능력을 믿고 선발된 지방 출신 아이들이 행여나 데뷔를 했지만 크게 성공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 아이들이 받을 상처는 크게 남게 될 것입니다.
사실 ENTERTAINMENT 사업은 그 자체로 리스크가 큰 분야입니다. 그렇기에 더욱더 신중하고 치밀한 기획과 아티스트들을 위한 교육과 훈련과 정신적, 정서적 분위기도 챙기는 세심한 시스템이 요구됩니다.
THE MUZE ENTERTAINMENT는 이러한 과정을 자본이 아닌 스태프와 아티스트들 모두가 한식구 같은 ‘정’으로 뭉쳐서 기적을 만들고 ‘동화’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THE MUZE ENTERTAINMENT도 차기 팀을 만들 때에는 다시금 정상적인 기획과 홍보의 절차를 거쳐 진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면 HYBE 는 이미 태생적으로 대형 기획사이기에 이런 정서적 출발은 어렵다고 보는 것이고, 그렇기에 지방의 원석을 찾는 기획을 진행하겠지만 결국에는 자본으로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대형기획사 아이돌 그룹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과연 …
THE MUZE ENTERTAINMENT가 실현시킨 ‘동화’에 대비하여 HYBE는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지켜볼 일입니다.